Lawlaki
Law
Lak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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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생각을 그리 하는 거지?”
캄캄한 우주를 바라보던 시선이 다가오는 인물에게로 향했다. 정작 질문을 내뱉은 남자는 그의 답을 들을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나지막하게 기계가 윙윙거리는 소리를 제외하고 보이는 그대로 소리로 옮긴 듯 적막한 공간, 느린 발걸음 소리만이 거기에 덧대어 남자의 곁으로 다가왔다. 다른 녀석들은 전부 잠들었다. 그러니… …. 뒤에 짊어지고 있는 빛 덕분에 정작 말을 하는 이는 전부 그 그림자에 덮여 얼굴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내가 여기에 있겠다고. 걸음에 맞춰 흔들리는 머리카락 몇 가닥이 근근이 멀어져가는 빛들 사이를 가르며 하얗게 빛났다.
힘을 주어 말하는 문장에도 듣는 둥 마는 둥 고개를 돌려 버렸으니, 끝내 얼굴은 보지 못 했다. 어차피 어두우니 보려 해도 보지 못 했겠지.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늘상 그래왔던 것처럼, 그는 자신만의 생각을 뒤로한 채 제게 주어진 것으로 돌아왔다. 우리의 바로 뒤에서 창백한 빛을 내는 별과 달리 앞에 있는 것은 새카만 어둠뿐인데도, 우리는 저 빛을 멀리한 채 앞에 있는 어둠을 이정표 삼아 나아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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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우는 개인실 벽에 기대어 있었고, 습관처럼 감고 있던 눈을 뒤늦게 떴다. 쫓겨난 채다. 피곤이라는 감각을 잊은 지 오래였으나, 그에게는 중요하지 않은 요소였나 보다. 라키아는 으레 그래왔듯 정해진 시간이 되면 로우에게 찾아와 ‘피곤할 테니 이제 들어가라.’라는 말로 억지로 그를 떠밀었고, 그렇게 그를 개인실로 돌려보내기 일쑤였다. 몇 번은 언쟁과 비슷한 형태로까지 번졌으나, 그마저도 오래가진 못 했다. 그는 고집을 부리고, 결국 지는 사람은 자신이다. 누가 보더라도 비이상적인 건 자신이니까. 시작 전부터 이미 승패가 난 논쟁에서 구태여 저 자신이 기름을 부었을 뿐이었다.
그리하여 돌려보내진 로우는 개인실에 덩그러니 남았고, 불만스럽게 중얼거렸다. 아직도 저 습관을 못 고쳤군. 인간처럼 대우해주길 바랐던 것은 자기 자신이면서, 또 이런 상황이 오니 이다지도 불합리하게 느껴질 수 없었다. 멀쩡한 인간의 몸인 라키아보다, 자신이 그곳에 있는 게 훨씬… …. 생각을 끊고 잠시 벽에 기대어 숙였던 고개를 들어 올리면 어둠은 방의 삭막함마저 가렸고 이것에 적응할 필요 없는 눈은 천천히 그 광경을 훑었다. 의무적으로 몇 번 누웠다 일어나기를 반복했던 이부자리는 어설프게 헤쳐져 있었고, 펜과 서류는 부러 어질러 놓았다. 이 공간에서 만들어지지 않은 것은 없었고, 그 중의 가장 작위적인 존재는 다름 아닌 자신이었으므로.
그리하여 로우는 지구에 도착한 이후부터 언제나 인간이고자 …….
“…결국 어중간하게 굴었던 건, 또 나였다고…….”
제 방, 동그랗게 난 창문으로 다가가 그곳에 제 손을 얹었다. 모든 것을 계산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도 결국 제가 살던 곳에 한정된 이야기였고, 지금에서는 무엇 하나 제 뜻대로 되어 구성된 것이 없었다. 여전히 로우는 종종 제 몸뚱아리가 그저 고철 덩어리라 여겨졌고, 그것을 인지하는 순간에는 꼭 저 자신을 존재해도 된다 허락한 무언가가 상실되어 감을 느꼈다. 지구에서의 자신은 인간들 사이에서 유일무이한 존재였고, 역시나 그것은 제 지구에서는 결코 환영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것도 아니었다. 줄곧 혐오해왔던 그 안드로이드와 제 자신을 구분지을 수 있는…, 아니. 자신을 그 무어라 정의할 수 있는 이는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고, 그렇기에 그는 노력해야만 했다. 그는 설사 혼자 있다고 한들, 의식하여 제 몸에서 배터리를 꺼내는 일 따위 하지 않았고, 누군가는 원치 않았을 고통을 구태여 느꼈다. 자신이 당신과 같은 인간이었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 하는 이들에게 웃어주었고, 호의를 베풀어 인간들의 전유물이라 여겨지는 ‘선의’를 보여줬다. 그렇게라도 살아가자.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하자. 죽고 싶어 하는 인간 따위는 없을 테니까. 그런 비인간적인 생각을 지속하면서도 설사, 인간으로 인정받지 못 하더라도 위험하지 않을 존재라 인정받아 살아남을 수 있다면, 언젠가는…….. 그리하여 그는 이전보다도 조금은 더 외롭다고 여겨질 만한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자신은, 줄곧 저 남자가 거북스러웠다.
그는 버티고 서 있는 자신에게 자꾸만 위태롭다고 말해서. 그러면서도 제가 언제 실수라도 한다면 기다리기라도 하겠다는 것마냥 굴어서. 그의 이런 행동은 자신들의 사이에서는 용인될 수 없었던 것임에도, 이제 와서 자신은 그것을 통해 위안을 느낀다고. 내가, 그것에 기대게 된다고.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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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우가 다시금 문을 열고 나가면, 그는 제가 있던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있었다. 자신이 다가온 줄도 모르는 이의 얼굴에는 지루함이 여전했고, 무미건조한 손길로 가끔 단추를 몇 번 눌러 데이터를 확인하고, 끄고, 조작하고를 반복했다. 모든 빛이 사라지고 나서야 피로감이 누덕누덕 덧붙여진 얼굴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이럴 거면 자신이 있겠다 고집이라도 피우지 말지. 잠시 숨죽여 웃음을 흘렸다. 로우는 다가가 의자를 끌었고, 그의 옆자리에 앉았다.
“자라고 했더니. 하여간, 너희들은 말을 더럽게 안 들어.”
“하품이나 멈추고 말해.”
“…자라고 했지, 말대꾸를 하라 했냐?”
고개를 의자에 기댄 채 자세히 보면, 완전한 어둠이라 여겼던 공간은 생각보다 밝았다. 느린 속도로나마 우주선이 별을 지나쳐가면 그 별무리들은 그의 얼굴을 따라 타고 흘러내렸고, 산란했다. 그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본다면 닿지 않아도 완전히 그의 얼굴을 만져낼 수 있을 만큼이나 섬세했다. 조명은 따로 필요 없겠군. 그런 말을 농담으로라도 할 수 있을 만큼. 그는 무엇이 목적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인류를 구할 해결책’이라는 막대한 사명을 지닌 우주선에 올랐음에도 그 어떠한 멋들어진 말도 하지 않았다. 꼭 되찾아 돌아가자는 말도, 걱정하지 말란 말도, 허물면 두고 온 이들을 보고 싶다는 말도. 마찬가지로, 자신에게도. 그가 선원 중 한 명이라는 소식을 접했던 것은, 불과 출발 일주일 전이었다.
“무섭지 않나?”
왜 따라왔지? 난생처음으로 물어본 질문이었다. 어떤 전투를 앞서고, 눈앞에 무슨 일이 벌어졌어도 그들 사이에서는 그 어떤 걱정이 오간 적이 없었다. 내가 가져오지 못 한 것, 네가 두고 온 것. 공기 없는 곳에 팽창하는 것처럼 비통한 환희가 가슴 어딘가에서부터 퍼져 올라왔다. 어쩌면 자신은 네가 그 많은 것을 두고 선택한 것이 자신이라는 것을 제가 그나마 주어진 선물이라고 여겼는지도 모른다. 라키아는 한참을 별다른 말도 없이 창문을 바라보았고. 그 시간은, 로우가 혹시 잠들었나? 라고 오해할 만큼의 시간이었다. 그제서야 로우는 자신이 무모한 질문을 했음을 깨달았다. 차라리 저 혼자만 생각했다면 저 생각이 깨질 일도 없을 텐데. 막 후회가 밀려들어올 무렵이었다. …서. 뭐라고?
“여기서는 네가 또 얼마나 잘 먹나 궁금해서.”
“하…….”
이전 탐사에서는 네가 제대로 먹는 꼴을 못 봤잖냐. 기가 찬다는 듯, 결국은 소리를 내어 고개를 돌렸다. 이런 대답이나 들어버린 이상, 그의 말이 진심인지 아닌지는 전혀 중요치 않았다. 어쩌면 모든 생명은 태어난 이상 생장이 아닌 죽어가는 계절에서도 나는 홀로 존재할지 모른다. 감아버린 눈에서도 하얗게 부서지듯 흩어지는 빛무리가 눈꺼풀 너머로 나풀나풀 춤을 춰 아른거렸다. 우주는 물과 그 성질이 같아,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라면 무릇 그것에 이끌리면서도 그것에 빠지면 결국 죽어버리고 만다. 그렇기에 나는 이곳에 있는 이상 평생을 빠질까 두려워할 것이며, 위태로워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꼭, 우주만이 아닌 너를 볼 때마다 이것을 느껴왔으며… …. 그렇다면 내게는 이미 너라는 존재는 우주와 비슷한 존재가 되어버렸는가. 하여, 적어도 자신 하나만을 위해 네가 그렇게 되었다면.
그냥. 너 한 명만을 위해서라도.
인간이 되는 것이 아닌, 인간으로 남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