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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Maribel Sereia
Ayin
#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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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는 고요하면서 소란스럽다. 마리벨 세레이아는 그 모습이 퍽 바다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드넓고 그 끝을 알 수 없기에 많은 생명의 근원지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많은 것을 앗아갈 수 있는 곳. 자신에게는 물 위에 떠 있는 고요함을 선사하는 곳이라면 다른 이는 성난 파도 소리를 들려주기도 하는 곳. 그뿐만 아니라 육지에 밀려드는 파도처럼 새로운 인연을 맞이하게 되기도 하는 곳.

 

 만남은 언제나 예상치 못한 순간 찾아온다. 마리벨이 알고 있는 우주 항로에 따르면 가까운 행성이라고 해봐야 몇억 광년은 떨어져 있고-물론 마리벨을 비롯한 우주에서 살아온 생명체들에겐 아주 멀어 가지 못할 거리는 아니지만-눈앞에 멈춰있는 우주 정거장은 폐쇄된 지 오래였다. 그 증거로 마리벨의 우주선이 우주 정거장 옆에 정차하니 우주의 생명체가 거쳐 가는 정거장이라기보단 거대한 우주 쓰레기에 부딪혀 표류하는 해적선과 다름없어 보였다. 정거장으로의 역할은 할 수 없는 곳이니 우주선이 멈추어 설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마리벨이 이 버려진 우주 정거장에 자신의 우주선을 세운 이유는 단 하나였다.

 

ㅡ.

마리벨을 재촉이라도 하듯 울리는 기계음. 새카만 화면 위에 떠 있는 단 하나의 생체 반응이 이곳으로 이끌었다. 생명이라는 것이 남아있는 것이 부자연스러운 곳으로. 부서진 우주 정거장의 파편, 우주를 흘러 흘러 온 부유물들 사이의 자그마한 아이가 신호를 보냈다.

 

* * *

 

 "그래서 살던 행성이 어디인지도 모르겠다는게지."

 

 마리벨의 말에 아이는 맞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부유물들 사이에서 아이를 데리고 자신의 우주선 안으로 들어온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는 눈을 떴다. 우주선의 목적지를 정해야 했으니 아이에게 출신 행성을 물었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모르겠다는 고갯짓뿐이었다. 어쩌다 그곳에 있었는지, 행성의 이름, 봤던 것들을 비롯해 가족이나 나이 같은 것들을 물어도 기억하고 있는 것은 없었다. 아인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제외하고는. 마리벨 세레이아가 하는 업무적인 면에서 보았을 땐 퍽 곤란한 상황이었다. 마리벨의 얼굴을 본다면 곤란함이란 엿볼 수 없었지만 말이다.

 

 "그러면 나와 함께 가자꾸나."

 "함께?"

 "이곳저곳 다니다 보면 떠오르는 것이 있지 않겠느냐. 그럼, 그때 데려다주겠다."

 

 시선은 생각이라도 하는 듯 데구륵 굴러 제자리를 찾는다. 아인에게 있어서 선택지는 달리 없었다. 마리벨의 물음에 대답한 것처럼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것은 없었다.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그에 대한 답을 내릴 수 없었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없는 우주 정거장에 홀로 남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니 시선이 되돌아왔을 때 뱉은 말은 좋아, 하는 긍정의 대답이다.

 

평소 마리벨은 자신의 우주선에 명확하게 한 행성의 궤도를 입력하지 않았다. 그저 물 흐르듯 어느 행성 주변을 거쳐서 다음 행성의 주변으로, 또 다음은 다른 쪽으로. 목적지 없이 우주를 항해해 왔다. 목적지를 명확하게 입력할 땐 선박이라고도 부르는 자신의 우주선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누군가가 탑승했을 때였다. 우주선에 다른 이가 탑승을 했으나 목적지가 명확하지 않으니 궤도 역시 한 행성을 향해서는 안 되었으나 정확하게 한 행성의 궤도를 입력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본 아인이 물음을 던졌다.

 

 "우리 어디로 가?"

 "가보면 아느니라."

 "그게 뭐야~"

 

 살짝 부풀어 오른 뺨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났으나 마리벨은 그저 웃으며 잔을 하나 꺼냈다. 이어서 모양이 다른 잔을 또 하나. 앉으라는 듯 눈짓하는 것을 아인 역시 놓치지 않아 잔이 놓인 의자에 자리했다. 선박에 달린 조타키 같은 조종대를 직접 잡아 우주선을 몰아도 될 일이지만 입력해둔 좌표를 따라 순항을 이어가고 있는 우주선을 그저 타고만 있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손님이 있을 때면 더욱이.

 

 "그런데 선장님."

 "마리벨이면 된다."

 "응. 왜 날 도와준 거야?"

 

 아인 앞에 놓인 잔에 톡톡 탄산이 튀어 오르는 음료를 따랐다. 뭐 마음대로 불러도 상관없나. 푸른듯하면서도 투명한 것이 제법 물의 색을 닮은 음료였다. 그리고 자신의 잔 역시 탄산이 올라오다 못해 거품까지 일구는 것을 따랐다. 아인의 시선이 마리벨의 음료로 향하자 마리벨은 이건 성인이 된 후에 마시는 것이다 하며 먼저 몇 모금 들이켰다.

 

 "그게 내 일이니까."

 

 대답을 내려놓는데 뜸을 들일 필요는 없었다. 자신이 아인을 도와준 이유는 명확했다. 아인에게 답한 것처럼 그것이 자신의 일이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자신이 하고 싶어서 행하고 있는 일이었다. 일? 하고 양손으로 잔을 잡은 채 음료를 마시는 아인을 보며 마리벨은 자신의 일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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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벨은 우주를 떠돌았다. 일대에서는 우주를 떠도는 해적선이 있다는 소문도 돌았으나 마리벨은 구태여 그 소문이 잘못되었다며 바로 잡지 않았다. 실제로 배의 형상을 하고 있는 것은 맞았고, 그 소문이 마냥 나쁘지도 않았다. 만만하게 보여 다른 우주 해적에게 공격당하느니 먼저 기를 눌러버리는 쪽이 나았다. 우주인을 구조하는데 공격당하는 것은 꽤 곤란하지 않은가. 마리벨은 우주에서 길을 잃은 이들을 구조하고, 그들을 살아온 행성까지 데려다주는 것을 업으로 살았다. 누군가가 의뢰한 것도 아니거늘 성인이 된 후로는 쭉 그렇게 살아왔다. 그저 그렇게 하고 싶었으니까. 그러니 아인의 물음에 대한 답 역시 자신의 일이라는 것과 상통한다.

 

 "일 때문에?"

 

 아인의 물음이 되돌아온 뒤 두 시선은 마주한다. 탄산이 톡톡 터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의 고요함이 찾아들자 마리벨의 귓가를 간지럽히는 다른 소리가 있었다. 우주선에서 들려오는 기계음인가 하면 정반대의 소리였다. 파도의 포말이 밀려드는 소리와 비슷했으나 또 달랐다. 어디선가 모래가 천천히 떨어진다면 그 소리와 같았을까. 마리벨은 제 배에서 처음 들은 소리에 기이함을 느꼈으나, 간극이 있었던 것 외에 다른 말은 없었다.

 

 "이 몸이 그러고 싶었으니까, 가 정답이겠구나."

 

 결국 대답을 조금 더 정밀하게 바꾼다. 굳이 고치지 않아도 무관한 부분이었으나 오해를 사고 싶진 않았다. 더군다나 아인이 마리벨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호기심이 뒤섞여 있어 마리벨은 그 순수함을 흩트려놓고 싶지 않았다. 물론 마리벨의 대답에도 아인의 호기심이 완전히 충족된 것은 아니다. 그러고 싶으니까, 라는 물음에는 왜 그러고 싶은데? 하고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그 물음을 뱉기도 전에 마리벨은 마저 마시라는 손짓을 했고, 아인은 그 손짓을 따라 다시 음료를 한 모금 마셨다. 그 기색을 눈치채고 입을 막은 것인지, 우연인지는 알 수 없었다.

 

* * *

 

 첨벙하는 소리와 함께 우주선이 흔들렸다. 마리벨의 우주선을 탄 지 얼마되지 않았으나 이렇게 큰 흔들림은 처음이었다. 아인이 놀란 토끼와 같은 얼굴을 한 것과 달리 마리벨은 도착했나보구나 하며 태평하게 기지개를 켰다. 우주선의 흔들림은 쉬이 멈추지 않았다.

 

 "선장님 이거 괜찮은 거 맞아?"

 "내리자꾸나."

 "지금? 여기서?"

 

 마리벨은 대답 대신 우주선 내의 버튼 하나를 눌렀다. 개폐음을 내며 열리는 문 너머로는 짭조름한 바람이 불어왔다. 마리벨은 갑판으로 나섰고, 아인이 그 뒤를 따랐다. 갑판에서 본 풍경은 파랬다. 그래, 온통 파랬다. 하늘이라 불리우는 곳도 파랬고, 발을 딛고 서야 할 육지는 보이지 않고 온통 물로 가득 차 파랬다. 마리벨은 망설임 없이 물로 몸을 던졌다. 달리 깊지는 않았던 곳인지 물은 마리벨의 허벅지쯤에서 찰랑였다. 받아주겠다는 듯 팔을 벌린 마리벨을 아인은 손가락을 펼쳐 자신을 가리켰다. 뛰어내리라고? 마리벨은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겁이 많은 성정은 아니었기에 아인이 갑판에서 뛰어내리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마리벨의 의중을 알 수가 없어서 조금 주춤했을 뿐이다. 아인이 갑판에서 몸을 던지면 마리벨은 가볍게 아인을 낚아챘다. 그대로 몸의 반을 물에 담가버렸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지만 그에 대해 따진다면 다친 곳은 없지 않으냐 하고 웃어버릴 것이 뻔했다.

 

 "거기! 누구야!"

 

 두 사람과 조금 거리가 있는 곳에서 고개를 내민 존재가 있었다. 마리벨이 모자를 벗었다.

 

 "너무 오랜만이라 못 알아보는겐가? 이거 아쉽구나."

 "너 말고! 외계인이 있잖아!"

 "아아…뭐 어떠하냐. 다들 그 성질 좀 버려야 한다니까 그러네."

 뾰족한 목소리는 다시금 물 안으로 들어가나 싶더니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꼬리지느러미요, 거하게 튀어오는 것은 바닷물이라. 명백한 거부 반응이었다. 이방인에 대한, 그리고 마리벨이 뱉은 말에 대한. 물론 마리벨이 입고 있던 외투로 아인을 덮어 아인이 젖은 부분은 마리벨이 고의로 빠뜨린 부분이 전부였다. 이거이거 다 젖는다만 하는 목소리는 태평하기 그지없었다. 장로님께 말씀드리기 전에 어서! 더 뾰족해진 목소리에 마리벨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손바닥을 보였다.

 

 "아쉽지만 일단 우주선에 오르자꾸나."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었다. 아인을 우주선에 먼저 올려보내고, 뒤이어 마리벨이 우주선으로 올랐다. 젖은 옷자락을 터는 마리벨의 다리 사이로 비늘과 같은 것이 보였다. 그 비늘 발견한 아인의 시선은 오묘한 빛을 내는 것을 바라봤고, 그 시선을 마리벨은 눈치채고 웃었다. 하나 떼주랴. 난 줄 게 없는데? 꼭 받을 필요 있느냐. 아냐, 괜찮아. 그리고 아인은 쉬이 알 수 있었다. 조금 전 만났던 이들 역시 비슷한 비늘이 있었으니 마리벨은 이 행성과 연관된 이라는 것을. 마리벨과 아인이 우주선에 오르는 것을 지켜보던 존재는 잠시 그 주변에 머물렀으나 다시 물속으로 사라졌다. 우주선은, 배는 물 위에 두둥실 떠올라 그 물결을 따라 춤을 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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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장님."

 

 아인의 부름에 마리벨의 시선이 움직였다. 물에 들어갔다 온 것이 아인이 감기라도 들까 봐 우주선을 조종하는 선은 부지런하게 움직였지만 말이다. 물, 그러니까 바다 위로는 어느새 붉은 빛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행성의 시간이 변하는 것이다. 붉게 물들기 시작하는 하늘이며 바다, 그리고 그 속에 있기에 어떤 색으로도 보일 수 있는 아인이 물었다.

 

 "이 행성은 선장님의 고향이지?"

 "뭐, 그렇지."

 "그럼 아까 그것들이랑 달라서 이 행성이 아닌 다른 곳을 항해 하는 거야?"

 

 마리벨의 시선이 아인의 눈동자에 꽂혔다. 자신을 향해 곧장 날아오는 시선을 아인은 피하지 않았다. 분명 두 사람이 서있는 갑판에는 우주선에 파도가 부딪치는 파도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동시에 모래가 흘러내리는 소리가 났다. 마리벨은 아인의 앞에 섰다. 그냥 이야기해도 자신의 목소리는 충분히 아인에게 들릴 것을 알고 있음에도 마리벨은 허리를 숙여 그 눈을 가까이했다.

 

 "다르기 때문에 그들이 갈 수 없는 곳으로 항해할 수도 있는 것이지."

 

 다시금 들려오는 모래가 흐르는 소리. 마리벨은 아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아인 너머에 있는 어느 존재를 바라보며 말했다. 비록 같아야 할 존재들과 다르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자신의 흠이 되지 못하다는 것처럼. 아인 역시 마리벨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인 너머에 있는 어느 존재 역시 마리벨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항해를 그 눈으로 바라보겠다는 것처럼. 마리벨의 다리의 물기가 마르자 빛나던 비늘 역시 사라지기 시작했다. 답을 마친 마리벨은 숙였던 허리를 폈다.

 

 "자, 가자꾸나. 공주야."

 "더 안 있고?"

 "원한다면 더 있어도 상관없기야 하다만."

 

* * *

 

 우주선은 다시 바다를 유영하고 있었다. 온통 바닷물로 이루어져 인어를 비롯한 해양 생물들이 살아가는 마리 벨의 고향을 떠나와 몇몇 행성을 더 들렀더란다. 오래 머물렀던 것은 아니나, 그 행성들의 아름다움을 직접 바라보고, 그 내음을 맡았으며, 만졌다. 모래사막으로만 이루어졌다는 행성에 도달했을 때부터 마리벨은 아인에게 기억이 나는 것이 있느냐는 둥 아인에 대한 것을 묻지 않았다. 대신 아인이 느끼는 것에 관해 물었다.

 

 "이곳의 소리가 안정감을 주지는 않느냐."

 

 제법 확신이 있는 목소리였다. 마리벨은 이 행성이 아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행성임을 알았다. 비록 아인이 나고, 자랐으며, 떠나온 행성이 아닐지라도. 그렇기에 아인이 원한다면 이 행성을 아인의 종착지로 생각해 보내줄 의향도 있었다.

 

 "그렇긴 하지만 길을 잃기에 좋아 보이는 별이야."

 "그러하냐. 그럼 두고 갈 수는 없겠는데."

 "두고 갈 생각이었어?"

 

 뭐 어느 정도는. 아인 역시 마리벨이 말하는 의중은 알 수 있었다. 모래의 감촉, 사막의 공기가 낯설지만은 않았다. 다른 이들에겐 척박할지도 모르는 별이나 모래사막이 만들 수 있는 풍요로움을 알았다. 마리벨은 분명 그것을 알아차린 것이리라. 다만…….

 

 "날 두고 가면 선장님은 미아가 될 것 같아."

 

 마리벨은 퍽 재밌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듯이 웃었다. 오랜 시간 다른 이들의 길을 찾아주었던 이에게 미아가 될 것 같다 말하는 이는 처음이었다. 하지만 그 얼굴은 사뭇 진지해서 농담하는 것이 아닌 것 같자 마리벨은 그 이야기를 더 들어보기로 했다.

 

 "모를 줄 알았어? 자기가 길 잃은 미아처럼 떠돌면서."

 "하하, 떠도는 것이 나쁘지는 않지 않느냐."

 "정박할 곳이 없잖아. 내가 없으면 더 그럴 거고. 날 만나기 전에 마지막에 정박한 게 언제야?"

 

 아인의 말은 정곡을 찔렀다. 우주에서 길을 잃은 자를 만났고, 그들을 그들의 행성으로 데려다준다고 해도 그것이 정박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저 그 행성에 그들을 내려주고 금방 다시 길을 나섰다. 그런 시간이 이어지고 이어져서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었다. 침대가 왜 이렇게 깨끗해? 쓰기는 하는 거야? 하고 처음 아인이 우주선에서 잠을 청할 때의 날이 떠올랐다. 쉼이 없었던 증거를 아인은 처음부터 잡아내고 있었다.

 

 "그러니까 데리고 가. 정박할 곳은 내가 찾을게."

 "하여간 이젠 못 이기겠구나."

 

 결국 우주선에 오른 이는 또다시 둘이다. 우주선에 되돌아오자마자 천천히 숨을 들이마신 아인은 이 우주선의 공기가 숨쉬기 제일 편해하고 너스레를 떨었다. 궤도를 다시 입력하기 위해 마리벨이 자리했다. 평소처럼 익숙하게 궤도를 입력하려다 아인을 바라봤다. 공중에 두둥실 떠올라 있는 몸에 달린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다. 픽 웃음이 새어 나오는 것을 꾹 누르고 입을 열었다.

 

 "자, 다음은 어디로 가겠느냐."

 "선장님이 제일 좋아하는 곳으로~?"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우주선은 떠올랐다. 모래사막 행성을 떠나 우주로 나선 우주선은 다시금 우주를 유영한다. 유영하고 유영하다 멈추어 설 것이며, 또다시 유영할 것이다.

 

우주를 바다 삼아 떠나는 배를 멀리서 바라보는 어느 존재가 있다. 모래가 쌓이고, 째깍하는 시계 초침 소리가 우주에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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